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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히 컴퓨터는 어렵다. 어렵지만 써야 해서 억지로 쓴다. 웜이나 뭐니 하는 것은 두렵기만 하다. 제발 걸리지 않길 바랄 뿐이다.
 아직도 컴퓨터를 쓰기는 어려워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자동차를 떠올려 보면 적당하겠습니다. 자동차 운전을 하는 사람은 많아도 쓰는 수준, 쓰는 기간, 쓰는 용도 등이 사람마다 다릅니다. 별 생각 없이 운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할 때마다 식은 땀이 나서 가급적 운전대를 잡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컴퓨터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이 '컴퓨터 사용'이지 컴퓨터를 쓰는 모양새는 가지각색입니다.

 현재의 컴퓨터 수준을 자동차로 야박하게 비유한다면 포드가 대량 생산을 이룬지 10여 년 정도 지난 수준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당시는 잔 걱정하지 않고 맡겨 버릴 만한 자동차 정비사도 적은 편이었고 정비사들의 기술 수준도 천차만별이었죠. 운전자가 알아서 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을 겁니다.
 
old cars all in a neat row
old cars all in a neat row by freeparking 저작자 표시비영리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은 숱한 세월 동안 자동차를 어려운 전문 장비에서 쉬운 일상용품으로 탈바꿈 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했습니다. 덕분에 지금처럼 면허를 따고 나서 어느 정도 연습을 하면 운전하는 게 어렵지 않습니다. 자동차의 내부 구조에 대해서는 해박하기는 커녕 응급처치를 할 지식조차 없어도 운전을 해도 무방합니다. 차가 멈추면 보험회사에 알리면 되거든요. 바로 실어 가서 전문가들이 차를 고쳐 줍니다.

 컴퓨터도 이런 과정을 밟아 오는 중입니다. 많이 쉬워졌지만 더 쉬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사용 자체는 GUI와 웹 등의 발전으로 정말 편해졌지만 바이러스, 악성코드(웜)을 비롯하여 소소한 장애에 무력한 사용자가 많은데도 마땅히 기댈 곳이 적은 편입니다. 자동차 쪽은 자동차 회사 직속 서비스 업체, 동네 카 센터, 보험회사 등 연락할 곳이 많죠. 반면 컴퓨터 쪽은 예전보다 A/S 업체가 많이 생기긴 했지만 신뢰도가 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한밤중에 신청 받는 업체도 무척 드뭅니다. 인터넷 회선 업체에서 지원하기도 하지만 얘기를 듣자니 포맷을 권하기 일쑤더군요. 많이 나아진 상황이 이 정도입니다.

 아쉽게도 우리가 PC라고 부르는 물건이 지금보다 더 쉬워지기는 힘들 듯싶습니다. 지금보다 자유도가 낮아지는 걸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대신에 지금보다는 서비스 업체가 좀 더 늘든지 보험 상품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IT에 종사하지 않는 사용자들에게 충분히 쉬운 존재가 되지는 못할 겁니다.
 
First iPhone Goes On Sale In South Korea

 그렇다면 어떤 해결책을 '보통' 사용자들에게 제시해야 할까요?

 실은 이미 답이 나와 있습니다. 아이폰을 필두로 어느새 대세로 자리 잡은 스마트폰(오피스 솔루션, 웹 브라우징이 잘 되는 feature폰도 괜찮죠.)과 XBOX, PlayStation 같은 고사양 게임기입니다. PC보다 자유도가 낮아진 만큼 쓰기 쉽습니다. 유지보수에 대한 부담도 아주 적지요. 그에 따라 스마트폰은 화면이 작은데도 언급했다시피 휴대용 컴퓨터로서의 위치가 이미 확고해졌지만 게임기의 컴퓨터화는 수긍하기 힘든 면도 있을 텐데요. 

 플레이스테이션3 같은 경우는 해외의 geek들이 리눅스를 설치해서 운용할 정도로 사양 자체는 일반 PC와 비슷하죠. 더불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인기 있는 웹 서비스들을 위주로 PS3와 XBOX에서 사용하는 게 가능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또한 계속 발전해 나갈 개념이므로 HTML5 지원 등을 통해 RIA가 가능한 브라우저만 내장하게 된다면 IT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오피스, 이메일 등 PC에서 쓰는 주요 어플리케이션을 게임기 내에서 돌릴 날이 머지 않았다고 봅니다. 모르긴 해도 MS와 소니 같은 게임기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바이러스나 악성코드 걱정을 덜 하는 등 유지보수가 PC에서 비해서 훨씬 쉬울 겁니다. (MS도 애플과 비슷한 입장을 취하게 되는 시장이 바로 게임기 시장입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로 크게 성공했지만 게임기로 각인된 Wii에 비해 XBOX와 PS3는 덜 벌었지만 H/W 자체의 인지도와 신뢰도가 쌓인 상태입니다. 실제로도 iPhone의 앱스토어 모델, 클라우드 컴퓨팅 모두 XBOX와 PS3에서 운용 가능한 수준이고요. 이제 가능성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Google Docs, MS Office Live를 XBOX와 PS3에서 편하게 쓰게 된다면 HP와 Dell은 개인 고객은 포기하고 기업 고객 유치에 매달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설마하니 2 ~ 3년 내로 XBOX와 PS3가 PC의 자리를 대거 차지하지는 않을 겁니다. MS와 Sony 둘 다 미지의 파급 효과에 대해 두려워 할 텐데 특히 MS로서는 기존 cash cow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XBOX를 키워야 하므로 좀 더 조심스럽지 않을까 합니다. MS의 Cloud service가 안정적임을 자타가 공인하기 얼마 전 정도의 시기에 XBOX의 PC 대체 정책이 전격적으로 발표될 듯도 싶습니다.

 자동차 비유를 다시 들어 볼게요. 경차, 트럭, 스포츠카, 오토바이 등등 자동차의 종류는 많습니다. 범위를 넓혀 보면 굴삭기 같은 중장비도 있고요. 그런데 다른 관점으로도 생각해 볼까요? 자동차는 자가용과 영업용이 있습니다. 영업용 자동차에는 택시, 버스가 있고 버스 또한 지선, 간선, 광역, 마을로 나뉘어지죠. 자동차는 아니지만 지하철, 기차, 비행기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컴퓨터 또한 이런 식으로 범위가 넓어질 것입니다. 꼭 Cloud computing만을 얘기하려는 게 아닙니다. 내가 몰지 않더라도 다소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면 자동차를 타고 내가 원하는 목적지에 갈 수 있듯이 컴퓨터도 사용 자체가 지금보다 더 쉬워지면서도 효용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을 시작하는 개념이 확장될 겁니다.

 감히 확신하는 미래의 컴퓨터(PC) 요건은 세 가지입니다.

1. 튜닝의 자유도를 낮추되 (악세사리를 붙이기는 쉬워도 튜닝 자체는 지금보다 훨씬 전문적인 지식을 요할 듯)
2. 초기 접근(사용)이 아주 쉽다.
3. 네트워크(대체로 웹)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진다.

 위의 세 가지 요건만 갖춘다면 미래의 PC 자리를 탐내도 좋을 겁니다. 모든 카드를 가진 MS와는 달리 여타의 기업들은 협력 관계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관건이겠지요. 웹 브라우징 기능이 충실하고 캐주얼 게임이라도 충분하다면 IPTV 업계와 같이 네트워크와 H/W를 다루는 업계는 시도해 볼 만하다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개념만 안착한다면 시장의 파이가 워낙 큰 만큼 점유율 최상위권이 아니어도 ROI는 충분히 나오지 않을까요?

스마트폰에서의 원격접속

저는 HTC Diamond 폰에서 회사의 터미널 서버에 접속하여 SAP BW 일을 보곤 합니다. 538 MHz CPU의 컴퓨터로 3 GHz 급에 8 GB 대용량 램을 가진 컴퓨터로 가능한 일을 하는 셈입니다.


 PC는 여전히 변혁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대기업은 대기업 대로 중소기업은 중소기업 대로 개발자를 비롯한 종사자들은 종사자 대로 변혁의 물결을 거스르지 않고 적응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소견으로는 지금보다 더 대기업 위주로 PC 완제품 시장이 재편될 텐데 중소기업의 역할이 크게 달라지기는 해도 사라지지는 않을 걸로 봅니다. (실은 웹이 유일한 협상의 무기이자 생존의 희망일지도...) 부디 이들 기업 간의 관계가 단순 하청이 아닌 협력 관계로 발전해 나가길 바랍니다.

***

 표준을 지원하는 H/W는 표준을 준수하는 S/W를 쓸 수 있습니다. 특화된 콘텐트를 유료 판매하되 웹이라는 기반을 충실히 지원하면 이를 통해 사용자를 유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H/W로 장악하면 어마어마한 이득을 취하게 됩니다. 애플이 훌륭한 사례이지요. 집에는 고사양 게임기 두어 대, 밖에서는 스마트폰이나 (자유도를 낮춘) 미니 노트북을 쓰게 될 텐데 아마 앞으로 앱을 만들고 싶은 개인 개발자들은 다양한 매체를 모두 지원하는 편이 경쟁력을 갖추게 될 걸로 봅니다. 컴퓨터에서 엑셀 돌리시는 분들은 폰에서도 엑셀을 돌리고 싶지 굳이 다른 앱을 쓰고 싶지는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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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은 이 글은 2009년 8월부터 깨작거렸는데요. 그때는 'TV 만큼 쉬운 컴퓨터'라며 운을 뗐습니다. 막상 요즘 IPTV와 위성TV를 써 보니 부가 기능을 쓰기는 그다지 쉽지는 않겠다 싶었어요. 조금만 익숙해지면 어려워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시도 자체를 무척 어려워하더군요. 제 소견으로는 UI가 다소 난잡해서 아닐까 싶긴 한데 어쨌든 'TV 만큼' 쉽다는 비유가 와닿지 않을 사람이 많은 듯하여 빼버렸습니다. (일단 과도기에는 과도하게 친절한 UI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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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이글을 처음 구상했을 때는 XBOX나 PS3 같은 게임기 위주로 글을 풀어 나가려고 했습니다. 닌텐도가 게임기 시장 자체에서는 선전을 하지만 미래를 내다 보며 TV 옆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MS와 Sony의 노력이 폄하 받는 게 괜스레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런데 이미 <2007/06/14 - [그냥] - 소니는 틀리지 않았다> 라는 글을 쓴 적이 있어서 관점을 좀 바꿔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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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 HP는 'Home Server'라는 이름을 왜 바꾸지 않을까요? 인지도가 없을 때 바꾸는 게 나을 텐데요. ^^; TV 옆 자리를 차지하고 싶다면 파일 서버 용도이든 백업 서버 용도이든 '서버'라는 어휘를 가정용 제품 이름에 붙여서는 안되지 않을까요? 애플의 <타임 캡슐> 같은 휘황찬란한 이름 붙이기가 싫다 해도 IT와 무관한 일반 사용자들에게 거부감 없는 이름을 지어야 한다고 봅니다. (MS가 Home Server라 했다 해도 HP까지 따라 할 필요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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